좋은글 모음/수(數)의 세계

숫자를 셀 때(?)

찬들 2007. 3. 23. 13:55
 


숫자를 셀 때 말이죠.

한시 두시 세시.... 라고 하면서......

왜.. 일분 이분 삼분 이라고 하는 건가요?

한분 두분 세분 이라고 하면.. 사람을 칭하는 것으로 착각되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발음이 편해서 그런건지?




숫자 읽기는 특별한 규정이 없습니다.


우리말에서 숫자 읽기는 규정으로 정해 두지 않고 대개는 관용에 따라 흔히 쓰는 표현으로 읽습니다. 시간을 셀 때와 분을 셀 때 숫자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특별히 이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질문하신 것처럼 '한 분'이라는 표현은 사람에게 쓰는 말이니 시간을 셀 때는 쓸 수가 없죠. 한편 '세 살'과 '삼세'처럼 어떤 경우는 한글 숫자는 한글 단위와 어울리고 한자

숫자는 한자 단위와 어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에서 목차를 나타낼 때는 '(제)일권', '(제)이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지만 책을 셀 때는 '한 권', '두 권'으로 나타내야 적절합니다. 이처럼 같은 단위라도 경우나 상황에 따라 읽기를 달리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대개 보편적인 쓰임을 따르면 됩니다.  


  다음은 질문하신 내용과 조금 다르지만 우리말 숫자 읽기와 관련 있는 글이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우리말에서 숫자의 발음을 특별히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같은 숫자라도 '사십 년, 사십 주, 사십 그램, 사십 미터'와 같이 쓰는 데 비해 '마흔 살, 마흔 명, 마흔 마리' 등으로 달리 쓰일 수가 있습니다. 이 예에서 '마흔'은 '사십'으로 바꿔 쓸 수 있지만, '사십'은 '마흔'으로 바꿔 쓸 수 없습니다.


  현대 한국어에서 고유어로 헤아릴 수 있는 가장 큰 수는 아흔아홉 입니다. 물론 중세 한국어에는 '온(백)'과 '즈믄(천)' 등 더 큰 수를 헤아리는 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말들입니다. 고유어의 한 자리 수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이고, 두 자리의 기본수는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입니다.   


이러한 고유어 수사들은 여러 변이 형태를 지닙니다. 이 말들이 관형사로 쓰일 때, '하나'는 '한'이 되고, '둘'은 '두'가 되고, '셋'은 '세'가 되고, '넷'은 '네'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짐승이나 물고기를 셀 때 '하나 마리, 둘 마리, 셋 마리, 넷 마리'라고 말하지 않고,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관형사들 가운데 '세'와 '네'는 단위를 나타내는 일부 불완전 명사 앞에서는 '서'와 '너' 또는 '석'과 '넉'으로 다시 바뀌기도 합니다. '서 돈, 서 말, 서푼, 서 홉, 석 달, 석 자, 석 장, 석 줄, 너 근, 너 되, 너말, 너 푼, 너 홉, 넉 달, 넉 섬, 넉 자' 같은 말에 이 '서', '석', '너', '넉'을 씁니다. '스물'도 관형사로 쓰이면 '스무 집', '스무 개'에서처럼 '스무'로 변합니다.


'다섯'과 '여섯'은 형태를 그대로 지닌 채 '다섯 마리, 여섯 마리'에서처럼 관형사로도 사용되지만, 단위를 나타내는 일부 불완전 명사 앞에서는 역시 '닷'과 '엿'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닷 냥, 닷 말, 닷 돈, 엿 냥, 엿 말, 엿 돈' 따위의 표현이 그 예입니다. '다섯'은 또 수사로 쓰이든 관형사로 쓰이든 불명료함을 드러낼 때는 '댓'으로 변합니다. '군인 댓을 데리고 오다'나 '잉어 댓 마리'라고 말할 때, '댓'은 '다섯 가량'의 뜻입니다. '두엇'이나 '너덧'도 '둘 가량', '넷 가량'의뜻이지만, '둘보다는 좀 많은', '넷보다는 좀 많은'이라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너덧'은 '그 남자 애인이 너덧은 될 걸'이나 '강아지 너덧 마리'에서처럼 수사로도 관형사로도 쓰이지만, '두엇'은 '친구를 두엇만 불러라'에서처럼 수사로만 쓰일 뿐 관형사가 되면 '두어'로 바뀝니다. 예컨대 우리는 '쌀 두엇 가마'라고 말하지 않고 '쌀 두어 가마'라고 말합니다.


이 숫자들은 또 앞이나 뒤의 숫자와 결합하면서 흔히 조금씩 형태를 바꿉니다. 한둘, 두셋, 서넛, 두서넛, 네다섯, 네댓, 대여섯, 예닐곱, 일고여덟, 일여덟, 열아홉 따위의 말들에서 보듯,

이 숫자들이 혼자 쓰일 때와는 달리 조금씩 그 형태가 일그러져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댓, 두엇, 너덧과 함께 이런 수사들을 불확정수라고 합니다. 한둘, 두셋, 서넛, 두서넛은 관형사가 되면 한두, 두세, 서너, 두서너로 바뀝니다. 물고기의 수효가 딱 넷일 때는 '네 마리'이지만, 셋인지 넷인지 확실치 않을 때는 '세네 마리'가 아니라 '서너 마리'입니다.


서수사(사물의 차례나 등급을 나타내는 수사)는 양수사(기본 수사) 뒤에 접미사 '째'를 붙여서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따위로 만들지만,  ‘하나'에 대응하는 서수사는 예외적으로 ,첫째'입니다. 그러나 두 자리수 이상이 되면 다시 '하나'로 돌아와, '열첫째', '스물첫째'가 아니라 '열하나째(열한째)', '스물하나째(스물한째)'가 됩니다. 이밖에도 접미사 '째'가 덧붙을 때 양수사의 형태가 변하는 예는 '열두째, 스무째, 스물두째' 등이 있습니다.

<우리말 배움터 '천은옥님'의 글을 모셔옴>

 


    <모짜르트-피아노소나타 1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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