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법과 운지법/주산.암산에 대한 의견들

[스크랩] [생활 속의 과학] 주판 만세

찬들 2007. 11. 26. 13:51
계산 과정 시각적 인지 가능해
대뇌 연산능력 향상 큰 도움

부산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주산활용수학지도사 과정 수업 모습.
'736'을 로마와 한자 기수법으로 나타내면 각각 'DCCXXXVI'과 '七百三十六'이 된다. 로마 기수법은 자리를 나타내는 기호가 따로 없이 각 기호가 저마다 고유한 자릿값과 수량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한자 기수법은 수량을 나타내는 9개의 기호에 자리를 나타내는 기호를 따로 두어 한결 간편하다.

그렇지만 두 기수법 모두 각 자리에 각기 다른 기호를 배정하기 때문에 숫자가 커질수록 많은 기호가 필요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736×20'을 로마와 한자 기수법으로 나타내면 각각 'DCCXXXVI × XX'과 '七百三十六 × 二十'이 된다. '736×20'은 구구단만 알면 쉬 계산할 수 있지만, 나머지 둘의 계산은 불가능하다. 사칙연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기수법으로 어떻게 뛰어난 문명을 만들었겠는가? 고대 로마와 중국에는 특별한 산법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바로 주판을 이용한 산법, 즉 주산(珠算)이다.

주판의 원형은 여러 홈이 세로로 파진 산판과 그 홈 위로 숫자에 따라 굴리게 되어 있는 산알로 된 로마식 산판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중국식 주판도 그런 원형에서 발전된 것이다. 원래의 중국식 주판은 가로막대를 기준으로 위에 2개, 아래 5개의 알이 있었는데, 20세기에 들어와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주산은 기준줄로부터 좌측으로 가면서 자릿값이 하나씩 올라가고, 각 줄의 위 한 알은 5를, 아래의 다섯(또는 네) 알은 각기 1을 나타낸다. 필요한 만큼 알을 움직이면 어떤 수라도 매우 쉽게 나타낼 수 있다. 계산을 할 때에는 각 자리의 아래 알이 다 차면 위의 알로 넘기고, 다시 아래 알이 한 번 더 차면 앞줄의 아래 알로 넘기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사칙연산 과정이나 결과도 간명하게 나타낼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주산에서는 이미 '0'개념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줄의 위아래 알이 다 차서 앞줄로 넘겨지고 나면, 그 줄은 알이 하나도 없는 상태, 즉 0이 된다. 따라서 알이 없는 줄을 0으로 표기하면, 주판에 나타나 있는 수는 완벽하게 아라비아숫자의 기수법과 동일한 수가 된다. 주산의 발명으로 인류는 일찌감치 보편적이고도 뛰어난 산법을 갖게 된 것이다.

주산은, 그 숫자가 개개의 알맹이로 나타나고 알맹이들의 체계적인 이동 과정을 통해 계산 과정이 시각적으로 인지되기 때문에, 대뇌의 연산능력 향상에도 매우 좋은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숙달된 사람의 경우 6자리 곱하기 5자리 정도의 계산도 초 안에 할 수 있다고 한다. 전자계산기를 두드릴 시간에 계산이 끝난다는 말이다. 서기 190년 한(漢)왕조 때의 문서에 최초의 사용 기록이 있는 이 오래된 발명품 속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요긴한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모 일간지가 선정한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 속에 주판이 포함된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리라. -끝-

정상모·신라대 철학과 교수
/ 입력시간: 2007. 11.21. 10:19
출처 : 주산암산-셈사랑
글쓴이 : 明珠-최원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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